이번 포스팅은 자동차를 수리하는 내용이 아니다.
오늘 하루 일과 중에 있었던 사례인데 나에게 너무 인상 깊었고 깨달음이 있었던 내용이었기에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써본다.
오늘 10시 정도 되어서 #폭스바겐 #파사트 차량이 입고되었다.
차주분께서는 연세가 지긋해 보였고 내 생각에 60 초반이나 중반의 나이였다.
운행 중에 자동차의 #하체소음 발생으로 꽤 여러 곳의 정비소와 서비스를 방문했다고 한다.
원래 10시에 예약된 차량이 있었으나 아침 일찍 개인사정이 생겨서 예약을 취소한다는 연락을 받았던 터라 예약을 하지 않고 방문한 고객의 차량을 점검할 수 있었다.
나는 혼자서 자동차정비를 하고 있다.
예전에는 직원들을 5~6 명씩 데리고 있었던 적도 있었으나 지금은 수 년째 혼자서 #자동차정비 를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예약이 되지 않은 차량들은 바쁠 때는 점검조차도 어려운 상황이다.
예약 차량을 정비하고 있을 때는 급하게 방문한 차량이나 지나가면서 방문한 차량들은 점검하기 어렵다.
그런데 마치 예약 차량이 취소되어서 시간이 여유가 있었기에 점검이 가능했다.
시운전을 하면서 하체에서 들려오는 소음을 간헐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나에게 들리는 소리가 고객이 수리를 요청하는 소리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고객을 조수석에 태우고 함께 시운전을 하면서 하체에서 발생하는 소음에 대해서 이야기 하면서 고객이 얘기하고자 하는 소음이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인식을 했다.
자동차 점검을 위해서 작업장으로 입고하면서 고객에게 간단한 사항에 대해서 안내를 했다.
정확한 수리를 위해서는 점검 과정이 꼭 필요하다.
때로는 원인을 찾기 위해서 몇 시간 혹은 며칠을 점검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원인을 찾은 후에 수리에 걸리는 시간은 1시간 혹은 조금 더 걸리더라도 점검 시간과 비교해서 정말 짧은 시간에 수리가 완료가 되는 경우들도 있다.
그래서 나는 점검을 하기 전에 반드시 고객들에게 점검을 진행하는데 비용이 발생하면 최소 비용은 얼마이고 점검 방법에 따라서 비용은 추가될 여지도 있다고 안내를 한다.
이렇게 설명하면 고객은 크게 2 가지로 나눠진다.
1. 점검을 하기 위해서 일을 하니 점검비를 주는 것은 당연하다.
2. 수리를 마친 것도 아닌데 무슨 비용을 지불하느냐.
내가 점검 전 고객들에게 사전 안내사항들에 대해서 안내를 하고서 " 2 "번에 해당되는 고객들은 과감히 다른 정비소를 가 보라고 권한다.
혹은 브랜드의 서비스를 권하기도 한다.
안타깝지만 점검비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과 생각을 가지고 있는 고객들의 차량은 점검을 할 수가 없다.
반드시 긍적적이고 당연히 비용을 지불한다는 생각을 가진 고객들과만 다음 단계로 진행이 된다.
애초에 처음부터 시비를 걸거나 부정적이면 좋은 결과을 얻기도 힘들다.
다행히 오늘 오신 고객은 이 부분에 대해서 긍적적이었다.
이렇게 작업장에 파사트를 리프팅 해서 의심이 가는 부분들을 점검을 했다.
나는 고객과 시운전을 하면서 하체에서 들리는 소음을 들으면서 이미 마음속에는 어느정도 판단과 결정이 서 있었다.
다만 이 부분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고 내가 정확히 확인하고 판단이 되었을 때 고객에게 설명을 하려고 했었다.
하체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사실 안전운행에 영향을 줄 정도의 치명적인 소음은 아니었다.
그런데 자동차에 대해서 잘 모르거나 민감한 운전자들은 지레 겁을 먹을수도 있을 것이다.
고객에게 상황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고객을 이해시키려면 상황에 대한 나의 인식과 판단이 명확하게 서야한다.
하체소음의 가능성이 큰 부분은 크게 2곳으로 분류했고 각 부분에 맞는 점검 방법을 선택해서 최대한 해결방법에 가까이 접근하려고 노력했다.
이렇게 자동차를 리프팅해서 3~40분정도 점검을 했다.
그리고 고객을 작업자으로 인도했고 함께 자동차를 보면서 하체에서 소음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부품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고 어떤 것이 더 원인에 근접할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을 했다.
제일 좋은 방법은 가장 의심이 되는 부속을 교체해 보는 것이겠지만 결코 부속 값이 싸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판단하는 소음의 상태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안전운행에 영향을 주거나 앞으로도 그럴것이다고 판단을 했다.
다만 앞으로 더 상태가 나빠진다면 증상은 어떻게 변할 것이고 증상이 어느 정도 상태로까지 나빠진다면 그 때 정비를 하셔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을 했다.
그러자 설명을 듣고 있던 고객은 이야기 했다.
네이버에서 검색을 통해서 이 곳을 알았다고 했다.
사실 오늘 여기에 오기 전 여러 정비업소를 들렸고 점검을 받았다고 한다. 폭스바겐 서비스도 여러 곳을 들렀다고 했다.
그런데 점검을 마치고 들은 소리는 무조건 부품을 교체하려고만 했거나 그냥 사용하라고 하면서 정확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여기 저기 규모가 제법 크다는 곳들을 들러 보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 이천에서 원주까지 오면서 소문을 듣고 방문은 했지만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냥 자동차의 상태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싶었고 어떻게 수리를 해야 할지에 대해서 알고 싶었다고 한다.
나의 설명을 모두 들은 후 고객은 비록 수리가 된 것은 아니지만 자세한 설명과 함께 앞으로 어떻게 조치를 해야 할 지에 대해서 너무 명확하게 설명을 들은 것 같아서 너무 고맙다고 했다.
내가 점검하고 설명을 한 것이 이런 반응을 얻은 것이 조금 의아해서 내 자신이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나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고객의 표정과 말과 행동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그리고 고객은 기분 좋게 점검비를 지불했다. 그리고는 설명들었던 것처럼 상태가 나빠지면 다시 연락을 하고 방문하겠다고 만족해하면서 돌아갔다.
오늘 이 사례로 내가 받은 것은 비록 몇 만원에 지나지 않지만 나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고객감동 ...
정비업 뿐만이 아니고 거의 모든 업종에서 고객감동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고객감동을 말하는 사람들 조차도 고객감동 보다는 돈에 치우쳐있다.
이 고객이 오늘 나에게 얼마의 돈을 벌어줄 것인가!
그런데 나는 오늘 이 일로 나의 정비인생을 뒤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정비인생 30년...그 동안 정말 많은 고객들과 교류가 있었고 사고들도 있었다.
그런데 내가 지금까지 잘 하고 있는걸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큰 일은 아니지만 나에게도 고객이 한 말들이 감동이 되었다.
내가 앞으로 어떻게 일을 해야할지...어떤 자세로 살아야 할지...
오늘 내가 느낀 이런 감정들을 많은 정비사들과 고객들이 함께 느낄수 있으면 좋겠다.
그럼 더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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